[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하나은행의 2차 제재심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절치부심하고 있다.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의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한 데 따른 후폭풍이 하나은행 제재심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딜사이트경제인기 슬롯머신 무료게임 김병주 기자] 당장 하나은행 제재의 근거였던 ‘내부통제 미비’는 이번 1심 소송 패소로 설득력을 잃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손 회장과 진행 중인 행정소송의 항소 여부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금감원의 고민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로 예정됐던 하나은행의 2차 제재심을 연기했다. 지난 8월말로 예정됐던 2차 제재심을 손태승 회장 1심 소송 이후로 미룬 이후, 두 번째 연기다.

금감원은 소송 결과 분석과 이를 반영한 제재심의원들의 충분한 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2차 제재심 일정을 미루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심 연기’에 고심하는 금감원

하나은행은 그동안 라임·디스커버리·헤리티지·헬스케어 펀드 등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와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심을 받아왔다. 당시, 금감원은 펀드 판매 당시 은행장이었던 지성규 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 ‘문책경고’, 하나은행에는 ‘기관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제재심의 핵심은 역시 지성규 부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였다. 금감원의 금융사 임직원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의 다섯 단계로 나뉜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가 확정되면,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금감원이 지성규 부회장에게 중징계 수준인 ‘문책경고’를 통보한 근거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동일한 ‘내부통제 미비’였다. 그동안 금감원은 ‘신상품 개발 및 판매 과정 등에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금융사 지배구조법률을 근거로 경영진을 제재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의 행정소송 1심에서 패하면서 금감원의 입장도 난감해졌다. 1심 소송에서 재판부가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의 ‘마련 의무’가 아닌 ‘준수 의무’ 위반을 근거로 금융사 또는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피고(금감원)가 법리를 오해해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이전과 같은 근거로 제재심을 끌고 나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지성규 부회장의 징계 사유였던 내부통제 미비는 사실상 설득력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며 “예정된 징계심 일정을 두 차례나 미루는 것은 그만큼 금감원의 고심이 크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소 vs 수용, 금감원의 선택은

손 회장과의 1심에서 패소했다고 해서 금감원이 제기한 제재의 근거가 100% 설득력을 잃은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손태승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부적절했다면서도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절차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항소에 나설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재판부가 금감원이 내세운 제재의 근거 5가지 중 4가지를 위법이라고 판단하는 등 사실상 금감원 손을 들어준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금감원은 재판부의 판결문을 분석해 늦어도 오는 13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금감원의 항소가 자칫 ‘우리은행’이 아닌 ‘손태승 회장’을 제재하기 위한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일부 지적은 항소 진행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항소 여부를 결정하기 이전에 하나은행 2차 제재심을 여는 것은 금감원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다음 주로 예정된 함영주 부회장과 관련된 재판 변론기일과 항소 여부가 결정된 이후 제재심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오랜 기간 이어진 사모펀드 제재심 국면을 빠져나올 출구전략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과도한 사후 규제, 이에 따른 ‘CEO 제재’로 뒤틀린 금융업계와의 관계를 회복할 적기라는 얘기다.

특히 CEO 징계는 금감원이 건의한 징계를 금융위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의중이 중요하게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그동안 경색돼온 업계와의 관계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소송과 제재심을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할 가능성 역시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