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슬롯머신 무료게임 테마 김병주 기자]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 사이에서 ‘리딩뱅크’라는 타이틀은 계륵(鷄肋) 같은 존재다. 업계 1등이라는 자부심인 동시에 ‘이자 장사’ 논란에서는 집중 타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1등 은행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모든 시중은행은 리딩뱅크를 목표로 둘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향후 2년 임기 경영 전략의 최정점에는 리딩뱅크 사수가 자리 잡을 전망이다. 리딩뱅크 타이틀을 유지하는 건, 신한은행뿐 아니라 신한금융그룹사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경쟁사 급성장에 멀어진 리딩뱅크

과거 신한은행은 리딩뱅크의 단골 손님이었다.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KB국민은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나눠 가졌다. 다만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이 같은 구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규모의 차이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KB국민은행이 앞서가는 흐름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8년 기준, 신한은행은 연간 당기순익으로 2조2790억원을 거둬들이며 2조2592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한 KB국민은행을 240억원 차이로 앞섰다. 리딩뱅크 역시 자연스레 신한은행의 차지였다.

다만, 2019년 KB국민은행은 2조4391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며 2조3292억원에 그친 신한은행을 1100여억원 가량 앞선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지난 2020년에도 KB국민은행은 신한은행을 약 2200여억원 앞선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리딩뱅크를 사수했고, 2021년 역시 리딩뱅크 주인공은 KB국민은행의 몫이었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리딩뱅크를 빼앗긴 신한은행은 절치부심 2022년을 맞이했다. 특히, 2022년은 진옥동 현 신한금융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조용병 회장의 뒤를 잇는 ‘포스트 조용병’으로 언급되기도 했던 진 행장의 입장에선 신한은행의 실적 제고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2022년에는 예상치 못한 ‘하나은행’ 변수가 등장했다. 공격적인 기업금융 영업력을 앞세운 하나은행은 2022년 연간 당기순익 3조1692억원을 기록하며 ‘리딩뱅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하나은행은 전년 대비 약 12% 개선된 3조4766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며 2년 연속 리딩뱅크를 차지했고, 이때부터 업계 안팎에서 하나은행은 리딩뱅크의 도전자가 아닌 ‘유력 후보’로서 위상을 다지게 됐다.

그 사이 신한은행의 실적은 더욱 아쉬웠다. 물론 매년 점진적 개선세를 보이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KB국민은행, 하나은행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업계내 ‘만년 3위’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눈앞에 다가온 ‘리딩뱅크 탈환’

이같은 세간의 평가를 성과로 극복한 인물이 정 행장이었다. 임기 첫 해, 숨고르기에 들어서며 성장 동력을 쌓아온 정 행장 체제의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실적 개선에 성공하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의 올해 성과는 지난 3년여간 보여준 흐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층 강화된 기업 여신 성과를 앞세워 당기순익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1028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4%가량 증가한 수치다. 대출자산 증가에 따른 이자이익 개선, 전년 동기 적립했던 추가 충당금 적립 효과 소멸에 따른 대손비용 하락의 영향이란 분석이다.

특히 이같은 신한은행의 3분기 실적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리딩뱅크는 신한은행의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부에서는 올해 1분기 은행권을 강타했던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홍콩ELS)’ 사태의 반사이익이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도약에 영향을 준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9000억원에 가까운 충당부채를 적립한 KB국민은행의 경우 이같은 적립액만큼 당기순익에서 ‘마이너스(-)’ 처리되는 만큼 이를 감안하면 소폭이지만 KB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앞서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요소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신한은행의 실적 개선세는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업계에서는 1년 만에 탈바꿈한 신한은행의 실적 개선 동력으로 정 행장의 ‘영업력 강화 전략’을 꼽고 있다. 취임 이후, 영업력 중심의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 임기 2년 차부터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화된 영업력, 리딩뱅크 동력될까

실제, 정 행장은 영업력 강화를 위해 영업 추진 1~4그룹을 출범시키면서 이들 조직을 통해 현장 영업을 뒷받침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해당 그룹은 신한은행 전반의 기업 여신 제고를 포함한 실질적인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최근 단행된 정기인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영업 추진 1그룹장을 맡고 있는 전필환 부행장은 신한은행 부행장단 중 유일하게 자회사 CEO(신한캐피탈)에 임명되기도 했다.

향후 '정상혁 체제 2기' 전략의 최종 도착지 또한 리딩뱅크 사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이후 6년 만의 리딩뱅크 탈환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이를 지속가능케 하는 것 또한 CEO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기초체력은 확보했다는 분위기다. 실적 전반의 핵심 지표인 이자익의 경우, 3분기 누적 기준 6조604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6% 개선됐다. 이는 동 기간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기업대출 영역도 흐름이 좋다. 특히, 기업여신 부문의 격전지로 꼽히는 대기업 대출 영역에서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지난 3분기 신한은행의 지난 3분기 대기업 대출 잔액은 39조9827억원을 기록, 전년 말(30조7441억원) 대비 무려 30.1%(9조2387억원)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전반적인 기업대출 축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기준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그 가운데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600여억원 감소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지속해온 ‘안정적 건전성 관리’ 노력이 성과로 이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현재 신한은행의 3분기 연체율은 0.28%로 연초(0.32%) 대비 0.04%p(포인트)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