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LG전자 최고경영진들이 연달아 내부 소통에 나서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조주완 사장이 마련한 소통창구, 'F.U.N. Talk'에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기술책임자(CTO)이 합류한 것. 이들은 구성원을 대상으로 회사의 미래 전략을 설명하고 사업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만큼 내부 평가에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다.
[변윤재 기자] LG전자는 보수적 색채가 짙었던 기업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의 확산으로 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는 현재, 이 같은 기업 문화는 변화의 걸림돌이 됐다. 게다가 LG전자는 지난 7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사업구조를 바꿔가고 있다. C레벨들의 소통 행보에서 역동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립해 개방적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촉진시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8일 LG전자에 따르면, CFO인 배두용 부사장이 최근 직원들과 CFO F.U.N. Talk(펀톡)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배 부사장은 3분기 경영실적의 의미와 향후 경영 전략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매출액, 영업이익 등 관련 수치를 설명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수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짚었다. 또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준비 전략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LG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배 부사장이 매 분기 구성원에서 경영실적을 설명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실시간 소통에 나선 건 처음"이라며 "5000여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질의응답을 직접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배 부사장은 각 사업본부와 지역별 경영실적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고금리·고유가·강달러 등 3고(高)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기업간거래(B2B) 성장 확대, 非하드웨어 사업 성장, 온라인 판매 활성화 등 사업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중요성을 환기시킨 것이다.
펀톡을 활용해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건 배 부사장만이 아니다. 최고전략책임자(CSO)이자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맡고 있는 이삼수 부사장은 지난달 '디지털전환(DX)과 고객경험(CX)의 선순환 체계'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펀톡은 CEO 소통채널이었다. 지난해 LG전자의 수장으로 낙점된 조 사장은 그해 1월부터 지금까지 총 9차례에 걸쳐 펀톡을 진행했다. 조 사장의 빡빡한 일정을 고려하면 구성원과의 소통에 열의를 가졌던 셈이다. 실제 조 사장은 펀톡으로 구성원과 거리감을 좁히는 데 신경썼다. 실시간 채팅 중 득남한 직원에게 육아용품을 선물하거나 생일을 맞은 직원에게 케이크를 보내는 '깜짝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별 중의 별'이라 불리는 CEO의 격의 없는 행보에 구성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CEO 펀톡에 회당 5000여명에서 1만여명이 참여해왔다. 최근 진행한 비전 수립 설문의 경우, 3500여명이 7000건 이상의 제안을 남겼다. 펀톡 이후 사내 게시판 또한 보다 활성화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소감을 남기거나 의견을 내는 구성원이 펀톡 전과 비교해 150배 늘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이 펀톡에 이처럼 공을 들인 이유는 조직문화, 나아가 브랜드 충성도와 무관치 않다.
지난 4월 LG전자는 브랜드 지향점과 비주얼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새로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을 공유했다. 브랜드 재창조, 리인벤트를 통해 '아이코닉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시대와 업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LG전자에 대한 젊은 층의 평가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 1월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운영사 비누랩스가 발표한 'Z세대 전자기기 트렌드 리포트'에 보면, 응답자의 75%가 '올드한'을 가장 먼저 떠올렸고, 67%는 '정체된' 이미지가 강하다고 답했다. 국내 브랜드임에도 '친근한' '실용적인' 같은 평가는 36%에 불과했다. 전자기업으로서 '혁신적'(16%), '트렌디한'(7%) 이미지는 바닥 수준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부모 세대들이 애용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신뢰는 하지만 매력은 없다는 뜻"이라며 "차원이 다른 가치,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 없는 브랜드는 미래 세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LG전자는 Z세대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한발 앞선(First), 독특한(Unique),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New)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의미하는 F·U·N. 전략을 펼치고 있다. LSR연구소 주도로 고객 트렌드를 공유하는 행사를 진행한 데 이어, Z세대로 꾸려진 디자인크루를 LG크루로 확대했다. 이러한 전략이 Z세대 인식 개선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판단한 LG전자는 브랜드 지향점과 정체성까지 전면 손질한 데 이어 C레벨까지 나서 내부 소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첫 번째 고객'인 구성원들의 변화는 조직문화를 진화시킨다.
LG전자는 펀톡을 조직문화 혁신의 마중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고경영진과 Z세대 구성원의 간극을 좁힐 전략적 소통창구로 쓰는 것이다. C레벨들의 펀톡 동참도 예고됐다. 이달 말에는 CTO 김병훈 부사장의 펀톡이 진행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조직문화 혁신 프로젝트인 리인벤트 LG전자는 구성원 스스로 즐거운 변화를 만들어 새로운 LG전자를 재가동하자는 취지"라며 "활발한 소통을 통해 회사 정보를 빠르고 투명하게 공유하고 불편사항은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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