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DDR5·HBM 매출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반기 이 같은 흐름이 두드러져, 올해 두 제품의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변윤재 기자] SK하이닉스가 2분기 3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올 상반기 누적 적자가 6조28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원의 손실을 낸 데 이어 올 상반기 적자를 이어가면서 사상 처음으로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2분기 ‘역대급 실적’에 축포를 터뜨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SK하이닉스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업황 회복이 더딘 낸드플래시 감산 규모를 5~10% 늘리기로 결정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반등의 희망’을 발견했다.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와 고성능 D램인 DDR5다. 매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두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해 실적 개선의 속도를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3개월 만에 줄어든 적자
26일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매출 7조3059억원, 영업손실 2조882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7.1% 급감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올 1분기 대비 매출은 43.6% 증가했고, 영업손실 역시 15.3% 감소해서다. 이에 영업손실률은 3개월 만에 67%에서 39%로 낮아졌다. 단, 순손실은 2조5855억원에서 2조9879억원로 소폭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매출 6조원대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취합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는 매출 6조1920억원, 영업손실 2조9004억원이다.
SK하이닉스가 시장의 전망을 웃도는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업황과 무관지 않다. 회사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1분기를 저점으로 이제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급사의 감산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 메모리 가격 하락 폭이 둔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회사의 2분기 D램과 낸드 판매량은 늘었다. D램을 견인한 것은 서버다. 챗GPT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확대되면서 고사양 서버용 DDR5·HBM 등 수요가 증가하면서 모바일·PC의 수요 둔화를 상쇄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모바일·PC업체들의 재고 비축 수요가 일부 발생했지만, 기여도가 크지 않았다. PC는 크롬북과 저사양 노트북 교체 수요 중심이었던 탓에 가격 할인으로 재고를 줄이고 판매량을 늘렸음에도 매출 증가가 크지 않았다. 모바일 역시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미미했다. 이에 D램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30% 중반 성장했고, D램 전체 평균판매가격(ASP)도 전분기보다 한자릿수 후반대의 성장률을 보였다.
낸드는 전분기 대비 출하량은 50% 폭증했다. 1분기 출하량이 워낙 크게 줄어든 ‘기저 효과’다. 가격은 약세를 지속해 ASP는 10% 떨어졌다.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나, 아직까지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재고 정상화라고 보기엔 부족해서다. 고사양 고부가 D램은 판매가 늘어난 반면, 전방 수요 약세로 DDR4·LPDDR4 재고는 상당한 수준이다. 하반기 감산 효과가 본격화 되고, 수요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연말까지는 재고를 털어내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의 2분기 재고손실평가액은 5000억원 수준이다.

‘업턴’ 기대감…HBM 강화-낸드 감산으로 반등 준비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 AI향 서버 시장은 연평균 30% 중반까지 성장해 일반 서버 성장률(연평균 한 자릿 수 후반)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의 HBM, DDR5 모듈 매출은 지난해의 2배 이상 성장하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 수준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업턴(Upturn)에 맞춰 HBM3, DDR5, LPDDR5, 176단 낸드 기반 SSD 판매를 늘려 수익 개선을 꾀할 계획이다. 올해 10나노급 5세대(1b) D램과 238단 낸드의 초기 양산 수율과 품질을 향상시켜 업턴 때 양산 비중을 빠르게 늘리기로 했다.
특히 HBM3에 거는 기대가 크다. HBM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45% 성장할 전망이다. 박명수 D램 마케팅담당(부사장)은 “HBM 제품을 포함한 그래픽D램 분야 매출이 지난해 4분기부터 빠르게 오르면서 2분기 현재 전체 매출의 2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올라갔다”며 “3분기에 AI향 고용량·고성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당 수준으로 확보돼있어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수요 건전성, 판매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4세대 제품인 HBM3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 중이다. 이에 HBM 시장에서 독점적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1위는 SK하이닉스로, 점유율이 50%나 됐다. 반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40%, 10%다. 때문에 이날 콘퍼런스콜에서도 HBM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경쟁사보다 기술 우위에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회사 측은 “고객 피드백을 종합하면, 타임투마켓(빠른 시장 대응 능력) 관점에서 제품 완성도나 양산(합격품의 비율) 품질, 필드 품질까지 당사가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HBM 시장 형성 초기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해온 경험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계속해서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제품 주기가 2년 간격인 점을 고려, 내년 상반기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에 돌입하고, 2026년 6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HBM 관련 투자를 최우선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김우현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고, 늘어난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려면 올해처럼 최소한의 투자 규모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HBM 양산 확대 위한 투자를 우선순위에 두되 전사적으로 생산능력 증대보다 공정 전환에 집중, 효율적 설비투자 중심의 운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연초 전년 대비 50% 투자 감축 계획을 밝혔고 현재 수익성 위주 제품 믹스 조정, 설비 투자 축소, 경비 절감 등을 진행 중이다. HBM 투자를 우위에 둔다는 것은 다른 부분에서 비용 절감이 이뤄짐을 의미한다.
재무적으로도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필요가 있기도 하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현금은 7조49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35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차입금 규모도 2조500억원 늘어나, 30조8100억원에 달했다. 기록했다. 차입금비율이 47%에서 54%로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전사 차원의 시설투자, 운영비 관리 방안을 추진하고, 낸드사업부와 솔리다임과의 개별 역량 통합, 비용 구조 개선, 조직 간소화 등을 통해 중복 비용을 없앨 예정이다. 여기에 낸드는 5~10%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레거시·저수익 제품 위주로 감산에 들어갔지만, 재고 수준이 D램보다 높고 수익성이 나빠서다. 단, 업황이 회복될 경우 실적 개선이 가능하도록 컨트롤러 기술 개발 등 SOC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고성능·고용량 제품 출하 증가로 매출 규모가 늘어나고, 전사 비용 관리가 더해지면 하반기 현금 흐름은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되, 일부 차입금 차환 발행 외에 상반기와 같은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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