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롯데 등 재계 5대 그룹들이 경쟁적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홍보전에 뛰어들었다. 신제품 프로모션을 방불케 하는 공격적 행보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이다.
[변윤재 기자] 전담조직은 기본, 국내외 조직을 동원하고 최고 경영진에게 지지 요청 활동을 맡겼다. 앞으로 이들 그룹 경영진들은 출장 등에 오를 경우, 현지에서 득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와중에 본업만큼 특별활동에 열성을 올리는 그룹들의 의도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6일 중남미 주요국 장·차관급 고위 인사들을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으로 초청했다. 아르놀도 안드레 코스타리카 외교장관,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교장관, 호세 앙헬 로페즈 과테말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등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과테말라, 에콰도르, 파라과이, 엘살바도르, 브라질, 도미니카공화국, 콜롬비아 등 중남미 주요 10여개국 정부 고위인사와 각국 대사 등 23명이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는 엑스포 개최도시로 부산이 지닌 경쟁력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했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브랜드 체험관으로 미래지향적 청사진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이곳에서 중남미 주요국 고위 인사를 대상으로 부산엑스포 홍보를 벌인 것은 그룹 차원에서 관심을 쏟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전담 조직(TF)을 꾸리고 해외 홍보활동에 함께해왔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운영 중인 판매망을 활용하는 식이다. 지난달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당시 현지 매장에서 홍보영상을 틀었고, 부산엑스포 로고가 새겨진 차량이 거리를 누볐다. 유치 후보국 2차 경쟁 설명회(PT)에 그룹 연구개발본부 소속 연구원이 연사로 참가하기도 했다.
LG전자도 국내외 조직을 가동해 지원활동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최고경영자(CEO)인 조주완 사장이 직접 총괄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TF는 해외지역대표, 해외법인관리담당, 글로벌마케팅센터, 한국영업본부, 홍보·대외협력센터와 같은 세부 조직을 갖췄다. 약 140개 해외법인 네트워크를 가동해 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홍보를 펼쳐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부산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캠페인이 함께 진행된다. 올해 초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영국 런던 피카딜리광장 등 세계 주요 도시 전광판을 통해 홍보영상을 상영했던 LG전자는 향후 홍보의 디테일을 강화한다. 각 국 브랜드샵에서 홍보 영상을 노출하는 한편, 주요 경영진이 해외 출장 때마다 현지에서 지지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총수가 직접 뛰는 그룹도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을 맡았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파리, 일본 등지에서 지지를 당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룹에서도 최 회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룹의 컨트롤타원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관련 TF를 신설했다. 부회장급 임원들이 팀장을 맡아 추진력을 갖췄다.
롯데그룹은 총수가 직접 뛰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아일랜드에서 열린 국제 소비재기업 협의체인 소비재포럼의 글로벌 서밋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를 벌였다. 오는 14일에는 하반기 사장단회의(VCM)를 아예 부산에서 연다. VCM을 부산에서 여는 것은 처음이다. 회의 주제에 부산엑스포 지원 전략도 포함됐다.
상·하반기에 실시되는 VCM은 그룹의 전체적인 경영 방향성을 제시하는 전략회의다. 경쟁사들에 비해 디지털 전환 등에 뒤처지면서 최근 3년 간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방안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VCM 이후에는 고강도의 인적 쇄신이 이뤄져 재계의 주목도가 높다. 무게감이 다른 회의를 부산엑스포 홍보 채널로 활용하는 것은 신 회장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주요 그룹 중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다. 사장단이 지역을 나눠 유치 활동에 들어간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국내외 조직력은 물론, 사장단 개개인의 역량까지 끌어 모아 측면 지원에 나선 셈이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전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지를 당부했다. 두 사람은 멕시코 사업 현황을 논의하고, 티후아나 등 현지 투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비즈니스 미팅 자리였지만 한 부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지지를 당부했다. 지난 4일에는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사장) 등이 카르멘 모레노 토스카노 외교차관 등 멕시코 외교사절단을 삼성전자 수원 본사로 초청해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조홍상 중남미총괄이 야즈민 콜론 데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 영부인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5월 TF를 구성하고 자체 홍보에 들어간 상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정현호 부회장이 키를 잡았다. 최근 주요 경영진이 본격적으로 표심잡기에 나서면서 홍보 활동에 속도가 붙었다. 삼성전자와 계열사 경영진은 이날 부산에서 열리는 한국-중남미 미래협력 포럼에서 중남미 고위급 인사들과 만난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도 다음달 퍼시픽 아일랜드 포럼(PIF) 정상회의가 열리는 피지에서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하는 활동에 나선다.
국내외 여론전도 진행 중이다. 슬롯머신 무료게임 사이트, 지면, 옥외광고 등에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문구를 넣었다.
유치 득표활동에 나선 기업들은 민간위원회 집행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더욱이 총수가 직접 경영 현안을 챙기며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갈 정도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비용 지출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룹의 역량을 가용해 유치전에 뛰어든 데에는 정부와의 관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당선인 신분으로 대한상의가 주최한 유치 기원대회를 찾아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다음달 출범하는 민관 통합위원회도 대통령령에 따라 설치됐다.
1000조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내놓은 뒤 재계에서는 정부가 규제 혁신, 조세 개편, 노동 개혁 등 민원 해결에 나서주길 기대해왔다. 이 가운데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조세 개편, 다만 감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대책이 보완돼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때문에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가속화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잠재적 경영 위험요소로 꼽히는 반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엑스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국제행사로 꼽힌다. 관광객 유치, 지역 일자리 창출, 국가 브랜드 제고 등에 따른 슬롯머신 무료게임 사이트효과는 60조원이 넘는다. 부산과 리야드(사우디), 로마(이탈리아)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리야드가 회원국 상당수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1월 BIE 회원국 170개 국가가 비밀투표를 붙여 최종 개최국을 결정하는 만큼, 전방위적으로 득표 활동에 들어가야 한다. 대기업들의 측면지원으로 유치에 성공할 경우, 우호 여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총수의 운신이 자유롭지 않은 그룹들은 다음달 광복절 사면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이다. 삼성전자와 롯데그룹은 오너 리더십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특정슬롯머신 무료게임 사이트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신 회장은 롯데 수사, 국정농단 수사와 관련해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신 회장의 전력이 해외 투자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평창 동계올림픽 때에도 기업인들이 유치전에 함께한 결과, 이들을 향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재계가 바라는 규제 혁신이나 조세 개편은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현안들이기 때문에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 당위성을 만들려는 생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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