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국민연금이 올들어 해외주식 수익률을 크게 밑도는 국내주식 수익률로 인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해외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최근 정부의 밸류업 지원방안에서 ‘큰손’인 국민연금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어 국내투자 비중을 줄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딜사이트경제클래식 슬롯머신 무료게임 최태호 기자] 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월간공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은 –5.98%로 전체 자산군 중 가장 낮았다. 반대로 해외주식 수익률은 5.17%로 가장 높았다. 두 자산군 수익률 차이가 11.15%p(포인트)였다.

해외주식은 국민연금기금 포트폴리오 중 수익률을 견인하는 효자 부문이다. 지난해 수익률도 23.89%로 전체 자산군 중 가장 높았다. 국내주식도 지난해만 보면 수익률 22.12%로 비슷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2021~2023년말까지 보면 수익률이 0.21%로 해외주식(11.96%)보다 크게 저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수익률도 해외주식이 가장 높게 나타나며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기조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해외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지난 2013년 19.3%였던 해외투자 비중은 지난해 51.5%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320조3000억원으로 전체 해외투자 중 60%를 차지했다. 전체 자산군 중에서도 30.9%를 차지해 국내주식(14.2%)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국민연금은 2028년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지난해 51.5%에서 6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해외인력도 늘리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1월 해외·대체투자 전문가 24명을 추가로 선발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이사는 지난달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 해외사무소 운용역들은 해외 연기금들과 비교할 때 인당 운용자금 규모가 큰 편”이라며 “올해 인력을 추가로 받아 인력난을 해소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해외투자에 중점을 둔 국민연금이지만 마냥 투자 비중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정된 자금에서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면 상대적으로 국내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되며, 비중 축소가 밸류업 효과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000조 큰손인 국민연금이 국내증시 투자 비중을 줄이면 일반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

실제 국민연금은 1월 한달간 국내주식 운용규모를 10조원 줄인 바 있다. 코스피 지수는 1월 한달간 6.4% 하락했다.

권혁욱 니혼(日本)대 경제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기관투자자 중에서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이 가장 많은 만큼 밸류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저평가된 기업에 선제적 투자로 해외투자자들의 투자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지난달 기관투자자들의 행동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해 국민연금이 기업 밸류업에 동참하도록 독려한 바 있다. 개정 스튜어드십 코드에는 ‘기관투자자는 투자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국민연금은 밸류업 방안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이석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략본부실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국민연금은 적극 찬성하고 밸류업 자문단에서도 적극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밸류업 방안이 구체화된 후 투자계획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기금고갈을 막아야 하는 기금운용본부는 현재의 해외 투자 비중 확대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금운용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수익성”이라며 “해외투자 확대는 기금의 안정성과 장기 수익 극대화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